다양한 분야를 같은 질문으로 다루기
“되게 이것저것 하셨네요.”
오랜만의 면접에서 들었던 질문을 떠올리며 첫 글은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것에 관해 쓰고 싶었다.
난 항상 한 가지 분야를 방망이 깎듯이 수련해 온 사람들을 동경했고, 그에 비하면 난 항상 주변 언저리를 서성이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경력에 대한 질문이 불편했고.
그런데 딱 10년이 지나고 나니 나도 내 나름의 방망이를 깎고 있네?
이제는 무슨 일을 다루어도 같은 질문으로 일을 파악하고, 해결해 가는 나만의 방식이 생겼더라고. 그래서 내가 어떻게 일하나 한번 적어봤다.
1. 일단 듣기
디자이너인 나에게 무언가 해결해달라고 온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가 그리는 상이 있었다. 그게 회사의 프로젝트든, 개업을 준비하는 사장님이든, 내가 아직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사용자든 간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마다가 그리는 상이 터무니 없이 보일 수도 있고, 때론 말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일단 어떤 걸 바라는지 모든 것을 일단 다 듣는다.
2. 물어보기
다 들은 다음에는 이야기 중간마다 궁금한 지점들이 생긴다. 아래 내용대로 묻다 보면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나에게 온 사람도 점점 더 상이 분명해진다.
-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 언제까지 필요한가요? 혹은 실행하기 가장 적기는 언제인가요?
-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요?
- 말씀하신 것들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3. 명확하게 하기
들은 답변들로 더욱 깊은 질문이 오가게 될텐데, 그 모든 것은 아래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 지금 가장 먼저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말씀하신 사용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나요?
- … 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하고, 그 바탕으로 데이터를 모으거나 리서치 한다.
4. 쪼개기
대체로 1번에서 들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설령 한 번에 가능하더라도 힘의 분배를 위해 우선순위 설정은 필수적이다.
- 우선순위는 목표 달성에 가장 효과적이거나, 가장 쉽거나 실행이 빠른 것이 될 수도 있다.
- 일정, 예산이 규모에 비해 부족한 경우 → 일의 규모를 더 줄이거나, 더 경제적인 방법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 해결하려는 문제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 검증하고자 하는 실험을 작은 범위로 쪼갠다.
-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지 정도는 앞선 질문들로 얼추 정리된다.
- 가능하면 1~2주 범위로 설계하고 실험한다.
5. 일하기
논의한 바를 문서화하고 역할을 확인한다.
- 목표와 일의 범위, 우선순위를 문서화하고 각 참여자의 역할과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한다.
- 요청사항이 있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예상되는 위험은 무엇인지, 대안은 있는지도 함께 검토한다.
일의 진행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중간 공유 일정, 최종 확인 일정을 설정한다.
-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성도가 아니라 기간 내 완성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가 바라는 상을 확인한 것만으로 절대로 한 번에 서로가 합의할 법한 완벽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 반드시 완료되어야 하는 일정 전에 중간 공유 시점을 설정하고, 그 시점은 마감일까지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시기로 정한다.
- 마감 기한이 촉박할 경우 등 상황에 따라 피드백의 범위를 미리 설정할 수도 있다.
6. 전달하기, 피드백 받기
결과물이 해당 목표를 충족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서로 합의한 목표가 피드백의 기준이 된다.
- 일정과 예산 범위에서 가능한 수준으로 피드백을 반영한다.
- 합의한 목표와 다른 방향의 피드백이 올 경우 대개 추후 과제로 넘긴다. 다만 목표를 달성하는데 더 효과적인 피드백이라면 아래의 판단이 필요하다.
  a. 현재 안을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한 후 목표를 조정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분명한 방법인가?
  b. 목표를 조정하여 현재 예산과 일정 내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는가? 또는 피드백 반영을 위해 예산과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가?

7. 회고하기
- 목표를 달성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다.
- 일을 함께한 사람들과 일을 진행하면서 겪은 상황, 감정, 배울 점 등을 나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법으로 저마다의 방망이를 깎는지 또 궁금하네..
지금은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크게 다뤘지만 각각의 과정을 더 자세히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위의 방법으로 내가 어떻게 방망이를 깎아왔는지도 앞으로 기록하려고 한다.

실패의 경험이 쌓여 저마다의 기술과 대처 방안이 점점 세련되어지는 게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은 결국 비슷하고, 다양하게 경험할수록 더 복잡한 케이스의 대처방안도 알게 되니까.

내게 개인사업자 경험은 요구 사항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많아 UX와 프로덕트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됐고, UI 작업은 시스템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현실의 메타포를 디지털 매체에 옮기는 사고를 하게 도와줬고, 그래픽디자인 경험은 시스템으로만 생각하던 사고에 한계를 깨주기도 한다. PM을 하면서는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는 법, 내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과업이 완수될 수 있도록 목표를 조정하는 법을 배웠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온 사람들이 모두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네…
수고했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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